절밥 맛있어요! 여기 절 스님할래요! - 법륜사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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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4-14 09:43 조회3,079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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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현장에서] 절밥 맛있어요! 여기 절 스님 할래요
기사승인 2018.04.13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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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용인 법륜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영석고 파라미타 회원들의 모습. |
지난 달 마지막 날은 파라미타 회원 학생 43명과 함께 용인 법륜사에서 템플스테이로 이틀을 지냈다. 신학기 준비를 마치고 신입회원을 맞아 동아리를 결성하고 바로 다음 활동을 산사로 떠난 것이다. 버스에 올라 2시간쯤 달려 절에 도착했다. 아래쪽 주차장에서 내려 연화지 연못을 돌아 계단을 오르면서 산사의 풍광이 펼쳐지자 학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환호했다.
법륜사는 아담하면서도 장엄한 자태를 지난 아름다운 절이다. 아(亞)자 형태의 특이한 구조로 된 법륜사 대웅전은 학생들의 시선을 압도했고, 안에 모신 16척의 장육상 석가모니 본존불 석상은 부처님의 위엄을 절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웅전 측면 뒤쪽에 조성된 포대화상을 친견하고 용수각에 모여 물을 한 모금씩 마셨는데, 피로를 한 순간에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감로수를 마시고 잠시 쉬고 있자니 교장선생님이 도착해 다같이 대웅전 계단에 앉아 따뜻한 격려와 기운찬 응원의 말씀을 들었다. 사찰의 따뜻한 환영과 교장선생님의 지원을 한 몸에 받으면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한껏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느덧 밥 때가 되어 공양실로 내려가 저녁을 함께 먹는데,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밥이 맛있다고 야단이 났다. 족히 10여 종에 달하는 반찬들이 동이 날 정도로 팔려나갔는데, 그중에 콩으로 만든 돈가스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밥을 먹으면서 어떤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게 들렸다. “저 여기 법륜사 스님 하고 싶어요. 절 밥이 너무 맛있어요.” 이 한 마디에 공양하던 이들은 웃음바다로 내던져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나, 여기 법륜사는 비구니 도량이라 남자는 스님으로 받아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천진불은 갓난아이나 어린이 불자들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청소년들도 천진불이라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면 사건이었다. 하긴 천진불을 몰라보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만 해대고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어른 중생이 문제이지 청소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하라는 세상에서 우리 천진불들이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요,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생각도 들고 역시 학생은 나의 스승이구나 싶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예불을 앞두고 범종을 직접 한 번씩 쳐보는 체험을 했는데, 지도법사 혜운스님께서 학생 한명 한명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시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타종을 도와주셨다. 예불 후에 LED 촛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체험한 108배는 학생들 서로를 부처님으로 모시는 거룩한 시간이 되었고, 삼층석탑을 돌아서 용수지 연못에서 체험한 드림(Dream) 유등 띄우기는 꿈을 밝히고 기원하는 아름다운 밤을 선물해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밤은 잠으로 보내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밤을 지새운 채 새벽예불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하신 혜운스님의 자비심을 굳이 사양하고 종립학교 자존심으로 예불을 올렸다. 예불 후에 잠시 명상을 하고 쉬었다가 아침공양, 만다라 목걸이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을 마쳤다. 떠날 시간을 앞두고 밥의 하이라이트인 그 맛있는 절밥을 또 먹었다.
대웅전에 계신 학생들과 함께 힐링 잘 하고 간다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는데, 밖으로 나오신 스님은 학생들 덕분에 오히려 스님들이 힐링이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대중 스님들 아침 공양 때 학생들의 독경 소리가 화제가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들으며 덕오 팀장님과 지도법사 스님의 전송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별명이 ‘행운아’ 스님이라고 재미있게 소개해 주시던 법륜사 스님은 법명대로 지혜의 향기를 지닌 분이다. 절을 찾은 이들에게는 그들을 맞이한 사람이 곧 그 절의 모든 것이다. 오늘 아침에 울리는 우리학교 법당 정심원의 천진불들의 예불 소리는 법륜사에서 맡았던 덕오 팀장님과 혜운스님의 향기 덕분에 더욱 신이 났다.
[불교신문3384호/2018년4월14일자]
이학주 동국대학부속영석고등학교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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