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31. 고즈넉한 산사에서 맞는 느린 휴식과 마음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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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9-06 15:38 조회3,401회 댓글0건본문
성남분당용인수지 내일신문 2013. 8. 31. 990호
리포터체험기-용인 법륜사 템플스테이
고즈넉한 산사에서 맞는 느린 휴식과 마음 내려놓기
유난히 길었던 장마의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더위가 우리 앞에 위용을 드러내던 8월 중순. 바쁜 일상과 지친 마음에 휴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조용한 사찰에서의 템플스테이를 떠오르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용인 법륜사 템플스테이. 집에서 20분 남짓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깊은 산속 고즈넉한 산사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던 이곳.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요함과 느림의 시간들이 여유와 쉼표를 남겨주었다. 가족이 함께 했기에 그만큼 멋진 추억으로 남았던 사찰에서의 하룻밤. 언제고 다시 가고 싶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 출발-용인에도 이렇게 멋진 사찰이 있다니…
우리가 낙점한 용인 법륜사는 집에서 차로 20분.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지고 고즈넉한 사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해마다 봄꽃축제가 열리는 용인농촌테마파크 바로 옆에 있지만 실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 문수산 품에 안긴 듯 고요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곳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알 수 없는 엄숙함에 저절로 경건해지는 곳이었다. 또, 막상 절 안에 들어와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은 산사의 정경과 조용한 경내가 도심의 소음과 스트레스에 쫓기듯 살아온 우리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안내를 받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 1박 2일간의 일정과 유의사항을 듣고 방 배정을 받는 것으로 이곳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도착해보니 우리가족 외에 또 한 팀의 가족이 1박 2일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세속(?)과의 번잡한 인연을 내려놓으라는 취지였을까, 분신처럼 여기던 휴대전화와 통신기기를 모두 맡아놓겠다는 템플스테이 담당 태민 스님의 안내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것도 수행의 한 방법이라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다. 다만 중2 사춘기 아들은 못내 아쉬웠던지 얼굴이 잠시 어두워지기는 했다.
@ 법륜사-대웅전과 본존불에 관한 신비한 스토리
태민 스님과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우리가 머물 숙소에 배정받은 후 템플스테이 전용 의상(?)을 입고 나니 비로소 준비가 된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녁 공양시간인 5시까지는 자유 시간. 조용히 경내를 산책하며 법륜사의 분위기를 탐색해 보았다. 이곳은 2005년에 세워진 조계종 사찰로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도량이다.
특이한 아(亞)자형 대웅전과 관음전, 극락보전 등의 당우와 4층 높이에 한눈에 봐도 규모가 느껴지는 불자들의 휴식센터인 ‘요사채’ 등이 번잡스럽지 않게 여유로운 공간을 두고 배치돼 있었다. 단청이 바라지 않고 선명해 오래된 고찰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도 않아 기품이 느껴지는 절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웅전 안의 본존불은 100톤 규모의 익산 황등석 원석을 깎아 만든 세계 최대의 석불이란다. 높이가 5m 가량 되고 무게만도 53톤에 이르러 대웅전을 지을 때 석불을 먼저 모시고 난후 건축을 했다고 전한다. 또한 본존불의 크기는 16척으로 8만 4,000개의 경전을 모두 보관할 수 있다고 하니 후대에 훌륭한 유산으로 남을 사찰이란 생각이 들었다.
@ 저녁공양-밥과 마음, 남김없이 비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경내를 구경하고 연잎이 어른 키만큼 자라 생기를 더하는 ‘연화지’ 연못에 내려와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사찰에서 5분 거리인 농촌테마파크로 나들이를 나섰다. 여름 들꽃들이 제 색깔을 뽐내며 아기자기 모여 있고 곳곳에 원두막과 쉼터가 놓여 있는 테마파크에서 산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더위를 식혔다.
얼마나 지났을까, 점심도 거른 가족들은 5시 저녁 공양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발길을 돌려 서둘러 돌아왔다. 배꼽시계가 정확했던지 공양 간에 1등으로 도착한 가족들.
“절에는 고기가 없어서 가기 싫다”는 중2 아들도, 아직까지 유아기 편식이 남아있던 초등 2학년 막내도 고개가 밥그릇에 빠진 냥 푹 담근 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것도 있지만 보살님들이 텃밭에서 무공해로 키워낸 제철 채소에 조물조물 정성으로 버무린 갖가지 나물들이 한데 모이니 더위에 수그러들었던 식욕까지 맹렬히 올라와 없던 식탐까지 부리며 두 그릇씩 싹싹 비워냈다.
“절에선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걸 미리 얘기해준 덕분인지 밥알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비워낸 둘째 아이는 제가 먹은 그릇을 난생처음 손수 씻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무 말 없이 각자 자기가 먹었던 밥그릇을 닦으며 마음에 담긴 근심과 걱정도 닦아냈던 무아(無我)의 시간, 저녁공양을 하면서 그토록 절실하게 느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 타종과 저녁예불-‘아제아제 바라아제’ 지혜를 구하다
그렇게 저녁공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과 책이 아닌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소소하고 편안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스마트한 기계들이 없으니 오히려 자유롭고 홀가분해진 덕분일까. 가족들의 표정과 이야기 하나하나가 명징하게 전해지며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벅차오르기도 했다.
곧이어 6시 30분, 저녁 타종시간이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체험 객 모두는 자신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범종을 쳐볼 수 있었다. 태민 스님이 먼저 타종 시범을 보여주셨고 다음으로 우리 가족이 종을 쳐 보았다.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천천히 범종을 치는데 도량 전체를 깨우듯 깊고 맑게 울리는 범종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타종의식을 마치고 곧이어 대웅전에 모여 저녁예불을 올렸다. 예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반야심경이 각자의 방석 앞에 놓여 있었고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큰 지혜를 깨닫고 얻기를 바란다는 주문을 따라 외우며 지혜의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함을 스스로에게 다짐해본 시간이었다.
@ 스님과의 차담-사람들과의 인연
저녁예불을 끝내고 템플스테이 참가자 모두는 스님 방에 모여 차담을 나누었다. 우리 가족과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가족은 스님이 내리신 차를 마시며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된 이유와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여유로운 담소를 나눴다. 이후 큰 아이는 스님이 내려주신 차가 제일 좋았다고 회상할 만큼 화기애애했던 시간들. 저마다 사는 곳과 직업, 고민들은 달랐지만 “우리가 같은 시간, 한자리에 모여 차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정말 큰 인연이구나” 싶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던 만남이었다.
@ 새벽예불과 108배-나를 깨웠던, 돌아봄의 시간들
스님과의 차담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의 일들을 소소하게 나누다보니 어느새 9시가 넘었다. 내일 새벽예불 시간인 4시에 맞춰 일어날 수 있을까 싶어 살짝 긴장이 몰려왔다. 강제는 아니라지만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참석을 다짐했고, 둘째는 꿈나라를 헤맬 것이 틀림없으니 남은 건 첫째 아이와 나의 참석여부. 잠시 머뭇거리다 “지금이 아니면 새벽예불의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어” 참석을 선언하자, 첫째 아이도 대세에 따르기로 했다.
일체의 전자기기가 없으니 따로 할 일이 없어 자연스레 일찍 잠이 든 가족들. 숙소에 놓인 작은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떠보니 정확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둘째 아이를 흔들어 보았으나 요지부동, 결국 숙소에 남겨두고 우리 세 명은 대웅전으로 향했다. 고요한 어둠속에 짙게 내리깔린 새벽안개는 경내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이곳이 천상인지, 선계(仙界)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탈속(脫俗)의 느낌을 주었다.
어제 저녁처럼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드린 후 작은 예불소로 옮겨 108배도 드렸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108가지 참회와 깨달음의 소리’를 들으며 한 배 한 배 나의 어리석음과 욕심, 미움의 마음을 참회하며 절을 올렸다. 절을 할수록 육체는 힘이 들고 땀은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그동안 무겁고 불편했던 짐을 하나하나 덜어내듯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태어나 처음 108배를 하면서 지금 나는 어디쯤 와있는가를 돌아본 성찰의 시간이었다. 큰 아이도 108배를 마치고 남다른 기분이 들었던지 ‘좋았다’는 황송한(?) 소감을 전했다.
@ 다시 아침-짧았지만 긴 여운
108배를 마치고 나오니 새벽 여명이 고즈넉한 산사를 깨우고 있었다. 둘째 아이는 여전히 꿈나라에 있었고 우리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6시 30분에 시작된 아침 공양을 맞았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노곤해진 몸을 누이니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단잠에서 깨어나 스님 방에 모여 퇴실준비와 마치는 소감을 나누었다.
1박 2일간의 시간이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각자 소감문을 작성하고 우리는 비로소 문명의 이기인 휴대전화를 스님에게서 받을 수 있었다. 각자가 느낀 소감은 저마다 달랐지만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하나같이 편안해져 있었다. 나 역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과 마음을 다독거릴 만큼의 기운을 얻게 되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묵직하게 얹혀 있던 돌멩이 하나를 걷어낸 듯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에 기분도 좋아졌다.
한낮 숲속에서 맹렬히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사찰을 내려 올 때는 이 마음의 약발(?)이 오래가기를, 이 마음처럼만 살아갈 수 있기를 나도 모르게 기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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