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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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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11-02 20:17 조회1,9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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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 이외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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