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빨고 해우소 청소하며 보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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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륜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05 11:06 조회3,871회 댓글0건본문
법복 빨고 해우소 청소하며 보살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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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보다 사찰자원봉사’
템플스테이·수련회 돕는 일 공양간 보조 세탁 청소 기본 학습·놀이지도 등 재능보시도
이른바 골드미스로 불리는 서른여섯살 직장여성 K씨는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엄친딸’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서 일하는 그녀는 추울 정도로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올여름 땀 한방울 흘린 적이 없다. K씨는 여름휴가 계획을 짜다 불현듯 땀흘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몸으로 움직이면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던 차, 친구 도움으로 템플스테이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사찰에 도착.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면티셔츠에 목에 수건을 두르고 고무줄 바지를 입고서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아자 아자 파이팅!”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들의 손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법복 빨래. 땀에 절어있는 법복을 세탁기에 넣기 전에 애벌빨래를 하고 탈수된 옷을 시원하게 털어서 빨래줄에 널면 끝. 50~60벌 법복을 빨아 널고 나서 요사채 툇마루에 대자로 드러누워 잠시 휴식. 잠시후 공양주 보살님이 내주는 시원한 수박과 식혜가 일품이다. 몸은 힘들어도 하늘을 날듯 개운한 기분이다.
절에서 정근하고 기도하는 것만 수행이랴. 남을 위해 봉사하며 하심(下心)을 실천하는 것이 제일수행이다. 이왕 시작한 김에 이번에는 해우소 청소.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번뇌’들을 깨끗하게 씻어낸다는 각오로 임하면 냄새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온갖 허드렛일 궂은일 하면서 반나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공양시간. 원래 맛있는 절밥이 얼마나 맛날까. 또 사찰 온돌방에 누워 맛보는 잠맛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며칠 시간을 보낸다면 도시인에겐 이보다 더 좋은 휴가는 없을 것이다. 얼굴은 맑아지고, 몸은 건강해지면서 다이어트 효과까지 노릴만 하다.
제5교구본사 법주사는 “분주한 도심생활에 지쳐버린 분, 이제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하여 봉사하며 복을 짓고 싶은 분”은 오라며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다. 구인광고문구가 멋스럽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속리산, 까만 하늘에 떠있는 노란달과 무수한 별들, 이른 새벽 계곡 물소리, 달빛 머금은 하얀 메밀꽃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과 친구하며 ‘진정한 나’의 행복을 찾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조계총림 송광사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게 될 여름수련법회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대구 동화사는 ‘고즈넉한 산사에 울려퍼지는 풍경소리 벗삼아 복덕을 쌓는 자원봉사자’를 분야별로 뽑는다. 청소와 빨래, 주방보조 등 노력봉사 부문은 기본이고 어린이 학습지도와 놀이지도 등 재능보시도 자원봉사영역에 들어간다. 직업훈련도 보조하고 전산입력 문서정리 분야도 있다. 이외 차량운전과 사진촬영, 의료봉사 등 전문적인 부분도 가능하다.
종정예하가 주석하고 있는 팔공총림 동화사에서 자원봉사를 체험한 ‘경력’만으로도 좋은 스펙이 될지 모른다.
자원봉사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해남 미황사는 자원봉사인연으로 미황사와 평생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 미황사는 자원봉사자를 구하며 이같이 말한다. “내 일손이 누군가를 위해 쓰여진다면 그보다 값진 것이 있을까요? 남을 돕는 것은 자기희생이 아닙니다. 자신을 행복으로 이끌고 집착과 탐욕을 버리게 하는 자기 수행이며 나와 상대방 모두를 부처님 되게 하기 위한 보살행입니다.”
미황사는 산사체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이끌어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사무실 업무 공양간 보조 등은 기본이다. 미황사의 상징이 돼버린 ‘한문학당’의 경우엔 인솔교사와 많은 자원봉사자 손길을 필요로 한다.
한문학당에서 인솔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의 생활지도와 체험프로그램 인솔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인솔교사는 학생들과 7박8일간 전체일정을 함께 해야 한다. 일반 자원봉사는 한문학당 기간에 도량주변을 살피고 학당운영에 필요한 여러가지 준비를 하는데, 이는 하루이틀 봉사라도 상관없다.
미황사에서만 열리는 ‘참나를 찾아가는 7박8일간의 참선집중수행-참사람의 향기’에도 자원봉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참선수행과 묵언, 오후불식, 법문, 수행문답, 다도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은 필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절, 봉화 축서사에서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도 특별한 수행이다. 축서사는 8월 템플스테이 자원봉사자를 구하고, 재능보시자도 환영한다. 20~40세 남녀 누구나 최소 3일 최대 2주간 봉사활동이 가능하다. 청소와 세탁은 기본이고 참가자 돌보미와 예체능 독서 관련 재능보시도 가능하다.
축서사는 자원봉사자에 한해 템플스테이 무료쿠폰을 선사하는 혜택을 주기도 한다. 수행하고 기도하는 불자들이 울력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다. 성주 자비선사는 경전공부하기 위해 절에 온 불자들이 봉사활동을 병행한다고 한다. 여름마다 300여 명 가까이 템플스테이에 참석하는데, 법복이나 이불빨래 등은 손이 부족하지만, 대부분 수행하는 불자들이 도맡아 봉사한다.
22교구본사 대흥사는 젊은 학생보다는 주부 자원봉사자를 선호한다. 템플스테이 관계자는 “살림경험이 많아서 방사정리를 잘 하는 40~50대 보살님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며 “너무 젊은 친구들이 열정만 갖고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찰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동해 삼화사 템플스테이 관계자는 “강원도 사찰은 여름보다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겨울에 손이 더 필요하다”며 “여름엔 방사가 남지 않아 자원봉사자들 잘 곳도 마땅치 않지만 겨울에 오면 할 일도 많도 방사도 많아 편히 쉬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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